중독 가정에도 회복의 새봄이 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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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해왕선교사 작성일20-05-16 07:04 조회11,94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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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6년 3월 28일자 미주한국일보 오피니언에 기고했던 내용입니다.
온갖 추위와 비바람을 견디어낸 나무 가지마다 새잎이 돋고 새싹들이 대지 위로 솟아나는 새봄은 회복의 계절이다. 중독문제로 고통 받아온 가족들에게도 새 봄이 오고 회복의 계절이 와야 하겠다.
그간 아무리 울며불며 노력해도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아 심신이 지친 중독문제 가족들은 먼저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학습해야 한다. 가족들부터 변화해야 중독자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이 어려우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런 반응이다.
특히 혈연 중심의 한인가정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중독문제가 있을 때 가족들의 지원이 실제로는 중독자를 더 해롭게 할 수 있음을 돌아봐야 한다.
당장은 중독자를 도와주는 것이 해결책인 것 같지만, 이는 중독자에게 중독행위를 해도 괜찮다는 그릇된 개념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가족들이 문제를 대신 수습해주는 한 중독자는 중독행위를 계속하기가 더 쉬워진다.
가족들은 장기간 정서적 정신적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며 상황이 바뀌기만을 희망한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관계가 정상인 것 같이 느껴져서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중독자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독자를 회복으로 안내하기 위해서는 가족부터 변화해야만 한다. 가족 자신의 기본욕구들을 억제하면서까지 중독자를 도와주는 일은 가족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중독문제를 더 악화시키게 된다.
중독가족 회복모임에 참석하면 이미 동일한 문제들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해결한 경험이 있는 다른 가족들을 만날 수 있어서 실질적인 회복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들이 한대로 따라서 실행하면 중독자의 회복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힘과 지혜가 더 생긴다.
가족모임은 체험담을 나누며 친교만 하는 곳이 아니다. 모든 중독자 회복모임에서 12단계 회복프로그램을 적용하듯이
가족모임에서도 12단계 원리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중독자와 가족들 간에 회복의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얼핏 생각하기에 가족으로서 중독자의 문제들을 수습해주지 않는 것은 잔인한 처사 같지만, 이는 중독자를 돌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족의 힘으로 중독증을 통제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환상을 내려놓고 대신 가족들 자신의 삶에만 초점을 두면 자연 중독자도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남편이 마약을 남용하는 가정에서 시부모가 집에 올 때마다 아내가 마약관련 도구들을 미리 치워버리면 본의 아니게 남편의 마약행위를 묵인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이를 중단하면 최소한 남편이 치울 것이어서 이는 남편이 자신의 마약행위에 책임을 지기 시작하는 기회로 작용한다.
가족들은 중독자 돌보는 일을 중단하고 대신 자신부터 돌봐야 한다. 이는“중독행위를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라.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당신이 중독행위를 만성적으로 하게 만드는 지원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전달되어 중독자에게 회복시작에 대한 선택과 삶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할 때 중독자를 진정 사랑하고 회복의 책임성을 부여하는 새 봄이 올 것이다.
(필자가 2016년 3월 28일자 미주한국일보에 기고)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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